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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32 호 [책으로 세상 읽기] 실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다, 책 <변신>

  • 작성일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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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29
곽민진

변신 책 표지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899145)



  주인공 그레고르는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하게 된다. 그는 집안의 가장에서 경제적 능력을 잃은 짐 덩어리로 전락한다. 사랑받는 아들, 오빠였던 그는 벌레가 된 후, 가족들로부터 점차 소외된다.


변신을 통해 보는 인간소외와 실존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눈을 뜨고 자신이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벌레라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지금 당장 출근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고 걱정한다. 자신의 존재를 경제적 기능으로 확인해 와서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경제력을 잃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경제력에서 찾는 것을 경계하게 한다.


  한편, 변신은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처한 상황과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가족들로부터 점차 외면받는다. 가족들은 그를 가족 구성원이 아닌 골칫거리로 여기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슬픔에 빠지는 모습이 아니라 천장과 벽을 돌아다니며 벌레로서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소외와 실존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가족들이 그레고르를 가족이 아닌 벌레로 대하는 태도는 자본주의적 인간소외가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적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성찰하게 한다. 가족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게 아니라 벌레로서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장면은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벌레로 변하기 전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가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벌레가 되기 전 그레고르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바쁘게 일해왔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벌레가 되면서 자유를 얻고 행복을 느낀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을 상실하고 기계 부품처럼 노동하는 현대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 쓰인 글임에도 현대사회의 문제를 반성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인간 존재에 관한 문제가 크게 두드러진 20세기 초에 활동했다. 그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작품을 통해 인간소외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동시에 실존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변신>은 당시 사회에서 일어난 인간소외 현상을 반영하여 인간의 실존이란 무엇일지에 대해 스스로 묻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전반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변신>을 통해 이러한 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봄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시영 수습기자